코칭과 심리학의 만남, 질문 하나가 바꾸는 판
들어가며
코칭의 현장에서는 질문이 모든 출발점이다. 하지만 질문을 단순히 ‘기술’로만 다룰 때,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곤 한다. “왜 이 질문을 하는가?”, “어떤 맥락에서 적합한가?”,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 질문은 단순한 대화의 도구를 넘어 변화의 열쇠가 된다. 한국코치협회2025년 8월 월례세미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질문 하나가 코칭의 판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번 글에서는 김종명 MCC 강연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코칭과 심리학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질문이 가진 힘
코칭에서 질문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행동을 촉발하며,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어떻게 했나요?”,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어떤 강점을 사용하겠습니까?”와 같은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점을 만든다. 코칭의 맥락에서 질문은 고객의 무의식을 건드리기도 하고, 지금 여기의 감각을 일깨우기도 하며, 행동을 촉진하거나 강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질문은 고객을 바라보는 코치의 ‘렌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는 곧 코치가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심리학과 코칭의 만남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지, 감정, 행동, 발달,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차원을 다룬다. 코칭심리학은 이러한 심리학의 성과를 토대로 코칭을 과학적이고 증거 기반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분야다. 즉, 심리학은 코칭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코칭심리학은 그것을 실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코칭이 반드시 심리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코칭은 본질적으로 실행 중심의 실천이며,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심리학의 다양한 렌즈를 활용할 때 코치는 보다 풍부한 질문을 던지고, 고객의 변화 과정을 깊이 이해하며, 성장과 웰빙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여섯 가지 심리학적 렌즈와 코칭
1. 정신역동 심리학
정신역동은 인간의 무의식과 초기 경험이 현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불안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를 탐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코칭 초점: 무의식적 패턴을 인식하고 과거 경험이 현재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 대표 질문: “지금의 감정이 과거 어떤 경험과 연결되어 있나요?”
“과거에 반복된 패턴이 현재에도 나타나고 있나요?”
2. 행동주의 심리학
행동주의는 인간의 행동이 환경적 자극과 보상·처벌을 통해 형성된다고 본다. 따라서 측정 가능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원하는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코칭을 진행한다.
- 코칭 초점: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과 즉각적 실행.
- 대표 질문: “목표를 위해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요?”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요?”
3. 인본주의 심리학
인본주의는 인간을 통합적 존재로 보며,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내적 동기를 강조한다. 자유의지와 선택을 존중하고, 비판 없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 코칭 초점: 고객의 가치와 의미를 탐색하며, 전인적 성장을 지원한다.
- 대표 질문: “이 목표가 당신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목표를 달성하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4. 게슈탈트 심리학
게슈탈트는 “지금, 여기”의 경험을 통해 변화가 일어난다고 본다. 인간은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을 조직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존재다.
- 코칭 초점: 현재의 감각과 감정을 자각하게 하고, 창의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도록 돕는다.
- 대표 질문: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지금 몸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5. 인지행동 심리학
인지행동은 사고가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발견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 코칭 초점: 왜곡된 사고를 바꾸고, 구체적 목표와 행동 계획을 세워 실천을 돕는다.
- 대표 질문: “그 생각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6. 긍정심리학
긍정심리학은 누구에게나 강점과 미덕이 있으며, 행복과 웰빙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강점을 기반으로 목표를 세우고, 감사와 몰입, 희망 등 긍정적 경험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코칭 초점: 강점을 발견하고 웰빙을 촉진하는 삶의 설계를 돕는다.
- 대표 질문: “최근 감사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떤 활동을 할 때 몰입을 느끼나요?”
질문은 곧 렌즈
강연의 마지막은 “질문은 곧 렌즈”라는 메시지로 귀결되었다. 코치가 자주 사용하는 질문은 코치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즉 심리학적 관점을 드러낸다. 무의식을 탐구하는 질문을 즐겨 사용하는 코치는 정신역동적 시각을, 강점과 감사에 주목하는 질문을 즐겨 던지는 코치는 긍정심리학적 관점을 가진 셈이다.
따라서 코치는 자신이 어떤 질문에 익숙한지, 또 어떤 질문을 간과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정 렌즈에 치우치면 고객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게 되고, 균형 잡힌 성장을 돕기 어렵다. 다양한 심리학적 관점을 유연하게 활용할 때 코칭은 한층 풍부해진다.
질문이 여는 가능성
코칭에서 질문은 단순히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질문 하나가 고객의 사고를 바꾸고, 감정을 환기하며, 행동을 촉진하고, 결국 삶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 이번 세미나는 코치들에게 “질문 하나가 코칭의 판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깊이 새기게 했다.
심리학은 코칭의 배경과 기반을 제공한다. 정신역동, 행동주의, 인본주의, 게슈탈트, 인지행동, 긍정심리학의 여섯 가지 렌즈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질문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낸다. 코치는 이 렌즈들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고 통합하여 고객을 지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코칭의 질문은 고객을 새롭게 보고, 자신을 다시 발견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길을 연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단 하나의 질문일 수 있다.